2017년 5월 10일 수요일
The Wind in The Willows
소위 애들 책이라고 후루룩 읽어버리려고 했는데 생각보다는 오래 걸렸네.
여하간... 한국어 출판명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이야.
내 경우에는 이게 <심슨 가족>에 언급이 되었던 책이거든. 그래서 알게 됐어.
리사 심슨이 이 책을 숙제로 읽었어야 했는데 게임에 빠져버려서 못 읽게 되고,
시험을 치르는데 수가 없으니 정답지를 구해다 부정행위를 하고....
그걸로 그만 A+++를 받는데 딱 그만큼의 점수 상승폭 때문에 학교가 지원금을 받을 요건에 걸친 거야.
자신의 양심과 학교 전체의 복지? 사이에서 고민하던 리사 심슨은 결국....
혹시 관심있는 사람은 [The Simpsons S10E07 Lisa Gets an A]를 보도록 해.
이 책은 조금 흥미로운 과정을 통해 지어진 책인데,
작가인 케네스 그레이엄이 원래부터 나름대로는 이름이 알려진 작가였던 모양이야.
그런 사람이 자기 아들을 위해서 왜 Bedtime story라고 하는 그런 걸 지어주곤 했는데
잠시 떨어져 있을 일이 있었나보지? 그래서 이야기를 지어서 아들한테 편지를 부쳐줬대.
그 편지의 내용이 책 내용의 반 정도를 구성하는 것 같아. 일종의 뼈대가 되는 거지.
책에 부록으로 있어서 그것도 읽었는데, 후반부 두꺼비의 모험 내용이더라고.
이걸 한 권의 책으로 구성하려다 보니 뭐... 나름 등장동물(?)의 소개도 필요할테고, 등등 하다 보니
살이 붙고 붙어서 이런 내용이 된 것 같아.
두더지가 주인공인 반과 두꺼비가 주인공인 반으로 책이 이분되는 것 같은데,
책의 초반부는 굉장히 평화로워. 두더지가 우연히 물쥐를 만나서 친구가 되고,
물쥐의 친구인 수달, 오소리, 두꺼비랑 친구가 되고... 뭐 그런 거지.
개인적으로는 두더지에 주목하는 초반부가 좋았는데,
별 것도 아닌 물건이나 사건에 천진난만하게 감격하는 두더지의 모습이 빙긋 웃게 하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되더라고.
이런 때묻지 않은 순진한 캐릭터는 간만에 보기도 하고.
꼭 두더지 뿐 아니고 서로를 생각하는 주인공 동물들 사이의 우정도 훈훈한 맛이 있었고.
다만 나로서는 두꺼비의 모험을 다루는 후반부는 조금 별로였는데
이 두꺼비 캐릭터가 너무.... 어리석어.
동화 속에서 단편적이고 과장된 성격을 보여주는 캐릭터들이 많다는 건 알지만
음... 자기 처지도 모르고 충동에 이끌려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좀 갑갑하더라고.
그리고 뭐 고작 동화에 너무 많은 정합성을 요구해선 안되겠지만
두꺼비의 모험의 과정이 뭔가 좀 납득이 안되는 구석이 있어.
저렇게 쉽게? 싶은 부분이 많단 말이지. 흠...;
그런가 하면 충직한 친구들에게 감화되어 결국 행동거지를 바로잡게 되는 두꺼비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가진 결점들을 돌아보게 되기도 하고... 여튼.
7장의 제목이 되게 낯익다 했는데 찾아보니
핑크 플로이드의 첫 번째 앨범 제목을 여기서 따왔더라고?
[The Piper at the Gates of Dawn]
글쎄, 시드 배럿이 두더지와 물쥐가 매혹된 것과 같은
사이키델릭한 음악을 해보겠다는 포부의 표시였던 걸까?
원래는 작가가 제목을 '갈대밭에 부는 바람'으로 지으려고 했대.
이 7장에서 두더지와 물쥐가 듣는 목신 판의 피리소리를 의미하는 건데,
지금의 제목은 다른 비슷한 제목이 이미 있어서 결국 결정된 거라고 하는데
즉 작가로서도 꽤 중요하게 여긴 챕터라는 거지.
이 챕터가 꽤 쌩뚱맞게 삽입되어 있다는 건 많은 사람들이 느꼈던 바 같은데, 나도 포함해서.
대뜸 동화라고 생각했던 소설에서 기묘한 법열을 체험하는 캐릭터들이 그려지니까.
무엇보다 갑자기 초월자적 존재가 그림자처럼 자신을 슬쩍 드러내는 게 꽤 당황스러운 거지.
이게 대체 뭐야? 싶은 거야 ㅋㅋㅋㅋㅋ
여하간에 나름 즐겁게 마친 독서였는데,
이 책에는 굉장히 안타까운 뒷이야기가 있지...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작가의 외동아들인 알레스테어 그레이엄은 애꾸눈으로 태어난데다 병약해서 잔병치레가 많았나봐.
작가는 부인과 그렇게 사이가 좋은 편도 아니었고, 숱한 부부들이 그렇듯 자식을 바라보며 살았던 모양이야.
그런데 이 아들이 20세가 되던 해 선로에 몸을 던져 자살을 했다고 하더라고.
애초에 출판하려던 마음이 작가에게 전혀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 책은 사실...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아버지의 사랑을 오롯이 담은 물건이거든.
그게 씁쓸하네. 작가는 아들이 죽고도 12년정도를 더 살았더라.
2017.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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