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10일 수요일
1417년, 근대의 탄생 - 스티븐 그린블랫
믿고읽는 까-치글방의 책이다.
우연히 이 책을 얻었어. 책을 준 사람이 반쯤 농으로 독후감 써서 내라 그러길래 읽어야 한다는 부채의식이 있었지.
거기다 아마 여기였나 도갤이었나 가물가물 한데 누군가 추천한다고 해서 좀 더 관심이 가기도 했었고.
포조 브라촐리니 라는 사람이 1417년 경에, 당시에는 이미 소설되었던 고전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대하여]를 발견하는 사건(?)을 중심축으로 해서
당대의 상황, 저 작품을 발견한 것의 의의, 후대에 끼친 영향 등을 다각도로 서술한 책이야.
이런 류 책을 무슨 장르라고 하려나? 소설은 아닌데. 역사소설? 그럭저럭 술술 읽히는 책이었음.
저 [사물의 본성에 대하여]는 에피쿠로스주의의 그야말로 대표작인 모양인데
결국 주요 골자는
원자론을 기반으로 한 철저한 유물론인듯.
오직 원자만이 있고 오직 물질만이 있기 때문에
신과 종교는 다 부질없는 허깨비에 불과하다....는?
'삶'을 오롯이 향유하는 건전한 삶의 방식을 설파하는 뭐 그런 태도라는 인상을 받았다.
기독교가 그에 대비되는 것으로 제시되는 눈치고.
죽음을 두려워하고 신을 두려워해야 하는, 그리고 고통을 사랑해야 하는
어찌 보면 좀... 변태적인 기반을 보여주는 믿음의 체계이니까.
그리고 서양문명을 크게 떠받드는 체계이니 만큼 그것을 깨뜨리는 작은 틈으로 기능했던 책이
나름의 주목을 받을 자격은 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초반이 굉장히 흥미로웠어.
잊혀진 고전을 재발굴하는 모험이라는 소재 자체가
책돌이이라면 가슴에 불을 당기는 구석이 있잖아?
거기에 제법 세세하게 묘사해놓은 당대 수도원의 상황이라던지 등이
그야말로 '간접 경험'에 충실한 독서였거든.
생각해 보니 이거 [장미의 이름]의 역사버전이네 ㅋㅋㅋㅋ
다시 말해 거꾸로 그 정도로 다이나믹하거나 세세한 묘사나 서사는 없는 책임.
여튼 중반부터는 별 관심도 없는 15세기 이탈리아 도시국가(특히 피렌체)나 교황 얘기가 나와대서
좀 꾸역꾸역 읽었어. 사실 난 르네상스에 큰 관심이 없어서....
내용을 떠나서 책의 구성 자체에서 흥미롭다고 느꼈던 건
참고문헌의 목록이었어. 나는 포조라는 사람도, 그의 동료(?)였다는 브루니? 이름도 기억안나네
등등의 사람들에 대해 (아무리 내가 관심이 없었다지만)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미국이나 유럽의 학계 어딘가에서는 이미 포조의 서간집에 대한 연구가 있다거나
당대 어느 수도원에 어떤 유물이나 서적이 있었다거나 꽤 자질구레해 보이는 내용들이
시시콜콜 연구되어 집적되어 있더라고. 이 책의 저자는 저술을 하면서 그런 기존의 연구들을
잘 정리하고 자기 나름의 구성으로 다시 뭉쳐낸 셈인 거지.
그런 연구의 저변이 되게 놀라웠다. 새삼스러운가?
왜 진짜 공부하려면 영어를 배워야 하는지 '새삼' 느껴지더라고.
여튼 재미있게 읽었음.
관심있는 사람들은 한번 읽어도 괜찮을듯.
아참, 그리고 번역은 내가 원문대조같은 걸 하진 않았으니
왈가왈부는 못하겠지만 읽으면서 걸리는 데는 없었다.
다만.... 4장의 미주 5번인가? 에....
'자일스 드뢰스'였던가 그런 사람의 이름이 나오더군;
이거 질 들뢰즈잖아 시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실제로 [의미의 논리]였고, 제시된 저서도.
역자가 관심이 없으면 인명 독음을 제대로 못 달 수는 있는 거겠지만,
음..... 들뢰즈 열풍은 찻잔 정도만을 달구었을 뿐인가.....
2017.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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