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10일 수요일
Clive Barker, Books of Blood vol. 5
대망의 5권이다.
사실 읽기는 저번주 화요일 쯤 읽었는데,
글쓰기 귀찮은 것에다 결정적으로 여기 실린 단편을 영화화 한 <캔디맨>을 보고 글을 쓰고싶어서
이제야 쓰게 되네 ㄷㄷ;
[In The Flesh]
클리브라는 죄수가 있는데, 교도소 내에서 그럭저럭 자기 앞가림은 하는 인물이야.
그래서 간수장이 새로 입소한 비리비리한 꼬마애가 있으니 신경좀 써주라면서 같은 방에 배정을 해.
근데 같이 얘기를 좀 해보니 이 빌리 테이트라는 꼬마녀석이 조금 희한한 녀석인 거야.
자기 외할아버지가 끔찍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고, 그래서 그 피가 유전되지 않도록 자기 자식들을 모두 죽였으며,
그래서 이 교도소에 수감되었다가 교수형 당했는데, 자기 어머니만 운좋게 살아남아서 자기한테 '그 힘'을 물려줬으니,
자기는 이 힘을 어떻게 써야할 지 알기 위해, 외할아버지(의 영혼?)를 만나기 위해 이 곳에 일부러 끌려왔다는 거지.
뭔 개소리야! 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 주인공도 무언가 영능력이 있었던 거야. 그런 이야기를 들은 뒤부터 자꾸
꿈에서 이상한 장소에 가게 되고, 그 곳의 주민과 우연히 이야기를 나누다가 여기는 살인자들이 갇히는 일종의
연옥이며, 제물을 매개로 거기서 탈출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지.
빌리가 자기 외할아버지를 만날 때마다 그 연옥에서 현실로 접촉하기 때문에 주인공이 그곳을 보게 되는 거야.
주인공은 외조부의 의도가 빌리를 도우려는 것이 아니고 제물로 하여 연옥을 탈출하는 것임을 직감하게 돼.
그래서 빌리를 구하려고 하지만, 빌리는 자기 외할아버지를 믿는다며 오히려 그를 적대하기 시작해.
조그만 방에 빌리와, 그의 외조부의 유령과 함께 갇히게 된 주인공은 진퇴양난에 처하게 되는 거지.
이 단편은 개인적으로 결말이 인상깊었는데,
주인공이 꿈에서 살인자들의 연옥을 돌아다니다가 "이 곳에 우연히 오는 영혼은 없다"는 소릴 듣거든.
그게 결말부에서 실현이 되는데, 제법 씁쓸한 느낌이 들어서 좋더라고.
결국 파국을 (그게 파국인 줄도 모르고) 맞게 되는 주인공의 모습이 말이야.
[The Forbidden]
이 단편이 영화 <캔디맨>의 원작인 소설인데,
요즘에야 뭐 아는 사람도 별로 없겠지만 그래도 나 어렸을 때 까지는
비디오샵에 항상 꽂혀 있던 영화이기도 하고, 나름대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기억하던 영화거든.
개인적으로는 영화도 괜찮더라.
특히 소설을 읽으면서 캔디맨의 벽화가 어떤 모습으로 영상화됐을지 궁금했는데 나쁘지 않더라고.
소설의 배경은 영국의 리버풀 근처인 모양이고, 그래피티에서 빈민계층의 심리를 파악한다는 논문을 쓰려는
헬렌이란 이름의 여성 대학원생이 주인공이야. 조사를 하던 도중에 앤-마리라는 미혼모를 만나서
그 주택지구에서 일어났다는 살인사건에 대해 듣게 돼.
후에 지인들 사이에서 이 화제로 이야기를 하던 중 평소에도 잘난 척 하던 인물에게 그건 거짓말 아니겠냐며 무시당하고,
자존심 문제도 걸리게 된 셈이니 여기저기 다니며 조사를 하게 되는 거지.
그랬더니 갑자기 이런저런 소문이 있다며 자기한테 주절거렸던 사람들이 다 등을 돌리면서 그런 소리는 한 적도 없다는 거야.
얼마 뒤 앤-마리의 어린 아이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내가 읽기로 이 단편은 배경이 되는 주택단지 사람들의 희한한 (그리고 아마도 으스스한?) 공모가 주가 되는 것 같아.
캔디맨은 생각보다 이야기에서 중요한 편도 아니고, 결국 주인공을 희생시키는 것도 그 빈민가의 사람들이거든.
캔디맨은 그냥... 주인공의 환각일 수도 있는 셈이고, 그 장소에 서린 악령 비슷한 걸 수도 있지.
영화판에서는 캔디맨이라는 살인마 캐릭터에 조금 더 주목하면서
'도시전설'이라는 주제로 접근을 하는 것 같아.
주인공의 주변에서 살인이 계속해서 벌어지거든.
이게 주인공의 소행인지, 캔디맨의 짓인지를 불분명하게 처리하면서
도시전설이라고 치부하던 일들이 현실로 육박한다면? 이라는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셈이지.
그리고 당시 이게 조금 인종차별로 보일 수 있다며 가볍게 논란이 되었던 모양이지만
영화판은 미국 자본으로 미국에서 찍는 영화라 배경이 자연히 미국이 되거든.
그런데 빈민가의 풍문을 소재로 하게 되니 흑인들이 사는 빈민가에 캔디맨도 흑인이 된 것 같아.
나는 이 수정이 꽤나 맘에 들었던 것이
영화의 후반부에 자기 목숨을 걸고 아이를 지켜 준 주인공에게 경의를 표하는 빈민가 사람들의 행렬에
뭔가 짠해지는 데가 있더라고. 뭐... 흑백의 화해? 라고 하면 침소봉대려나;
[The Madonna]
제리 콜로쿤이란 사람이 버려진 수영장을 사서 재개장을 해보려고 하는데
사업 구상이 부실했는지 그다지 투자를 받지 못하는 거야.
하여 에즈라 가비라는, 좀 뒤가 구리다는 평을 받는 사람한테까지 투자를 부탁해보게 돼.
직접 만나서 건물 내부를 보여주면서 설명을 하던 도중 전기도 나가서 어두컴컴한 건물 안에서
가비가 벌거벗은 소녀를 보게 된 거야.
호기심 때문에 가비는 이후 홀로 이 건물을 찾고, 건물의 중앙부에서 이번에는 소녀들을 발견하는데,
한 소녀의 가슴팍에 형언하기 힘든 괴물체가 젖을 빨고 있었던 거지. 그리고 중앙의 수영장에서는
기묘한 빛과 열기가 내뿜어져 나오고, 괴상한 무언가가 헤엄치고 있고...
뒤가 구린 만큼 적이 많았던 가비는 이게 일종의 함정이었다 생각하고 제리한테 복수를 하려고 해.
결말부에 이르면 저 소녀들의 정체가 뭐였는지 대강은 밝혀지는데
음... 스포일러지만; 그게 이전에 잡혀들어온? 사람들이었던 셈이거든.
제리랑 가비가 여체로 되어버리는 전개인 걸로 보아서는.
이야기가 좀... 당혹스러운 게, 그래서 작가가 저 건물에 살고 있던 괴물들이 뭔지 그다지 설명해줄 생각이 없어.
어쩌자는 건지;
[Babel's Children]
그리스 지방을 여행하던 바네사라는 여성이 외딴 길에서 저 멀리로 무장한 사람들에게 쫓기는 사람을 발견해.
호기심에 그쪽으로 가서 둘러보다가 희한한 수도원 비슷한 곳으로 들어가게 되고,
여기서 그만 저 무장한 사람들한테 잡혀서 갇히게 된 거야.
지금 진행중인 일만 정리되면 풀어주겠다고 책임자인 듯한 사람이 타이르는 데다가
대접도 무례하거나 나쁠 건 없지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도 설명하지 않고 계속 갇혀있어야만 하는 상황에서
주인공은 답답해서 미치겠는 지경이 되는 거지. 그러던 어느 날 밤, 웬 노인이 자기 방문을 두드리고는
이곳을 탈출하려는 계획이 있다고 하는데...
이 이야기는 꽤 재밌는 게,
저 노인을 포함해서 한 너댓명 정도 되는 인물들이 그 시설의 수감자들이거든.
그들의 주장은 자기들이 이 세계를 이끄는 두뇌이고, 각국의 수뇌부들을 그저 자기들이 내려주는 명령을 듣는 거라고 해.
핵무기라는 너무 큰 파괴력과 예측 불가능한 지도자들의 성정이라는 두 요소가 합쳐지면 세계의 파멸이 도래하는 건 시간 문제일 것이므로
자기들이 일종의... 철인 왕으로서 세계의 정세를 조율한다는 거지.
그리고 그 시설의 책임자인 클라인은 저들은 광인들이고, 위험한 살인자라서 수감을 했다고 설명하지.
결말부에서 어느 쪽이 진실을 말하는 지 나름 판단할만한 정보를 주기는 하는데,
그것도 주지 않는 편이 이야기의 의도에 좀 더 맞지 않았나 싶기는 하더라고, 나로서는.
그러니까 이 5권에서는 이야기들이 전반적으로
어떤 상황 속에 던져진 인물들이 혼란을 느끼는 모습을 보여주고,
독자에게도 시원한 설명을 제공하지 않는 방식의 이야기들이 실려 있는 것 같아.
뭐... 일종의 신비감을 부여한다는 게 아주 나쁜 전략은 아니지. 매력이 있다면 있는 거고.
2017.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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