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7일 월요일

드니 디드로, 라모의 조카

읽는 김에 마저 읽어나가는 중이다.
디드로의 4대 소설이라 하면 [운명론자 자크], [수녀], [입싼 보석들], 마지막으로 이 [라모의 조카]인 모양인데
특히 이 작품은 그의 최고 걸작? 문제작? 대우를 받는 모양.

내용이라 할만한 것도 딱히 없는 글인데,
'나'(아마도 디드로 본인)가 산책 중 당대에는 그럭저럭 유명했던 음악가 장 필립 라모의 조카를 만나서
종이 울리는 다섯시 반까지 대화를 나눈 것이 내용의 전부이다. 물론 이 대화가 어떤 것인지가 중요하겠고.

대화의 상대자인 라모의 조카라는 인물의 성격은
기본적으로는 악한, 건달 류의 인물형이고 남을 등쳐먹고 기식하면서 지내는 인간인데
이 인물이 그럼에도 나름대로는 일관성을 지닌? 어딘가 주목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면
자연히 이 글에도 가치부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그게 좀 어려웠던 것 같다.
그저 중구난방인 요설들에 불과한 말뭉치를 꾸역꾸역 토해내는 인간이라는 인상을 받아서인데...

흥미로웠던 점은 천재에게는 광기 혹은 악덕이 필요불가결로 함께한다는 주장인데 이는 낭만주의적 인간형이 아닌가 싶어서다.
아마도 라모의 조카는 천재에게 악덕이 함께한다면 악덕이 있는 자는 천재이지 않은가 하는 식의 그릇된 추론을 가지고
본인을 일종의 천재라고 여기고 있는 것도 같다.

역자 해설을 읽어 보면 괴테나 헤겔 등의 인물들은 이 작품에 제법 중요성을 부과했다는 모양이고
나름대로의 의미가 도출될만한 글인듯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공감이 되지도 않고 혼란스러울 뿐이어서
아직은 진가를 알아보기 힘든 글이었다.

언젠가 다시 읽게 될지는 모르겠다.
워낙 짧은 글이라 재도전하기에 부담은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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