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30일 금요일

야니스 바루파키스, 작은 자본론

마르크스 사상과 자본에 관련한 개론서는 이미 썩어넘칠대로 많다. 그러면 왜 이 책인가?
누군가에게는 아마 저자인 야니스 바루파키스의 스타성(?)이 주효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읽고서야 이런 사람이 있구나... 했던 터라 애초에 이 책을 손에 들은 이유는
1의 추천 때문이었다. 어떤 글인가에 댓글로 달아놓은 게 있길래,
마침 책이 얇고, 제목도 적절해 보이고, 타이밍 좋은 추천까지 보고 한번쯤 읽어봐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실망스럽다고까지는 못하더라도 만족스러운 독서가 아닌 것은 분명했는데
일단 제목부터 썩 잘 된 것이 아니었다. 원제는 대강 '내 딸에게 들려주는 경제 이야기'정도인 듯한데
작은 자본론이라....; 말의 무게가 너무 다르잖아 이건. 나는 80년대 골방 냄새나는 논의도 감수할 생각으로 펴들었더니
딸에게 세상을 올바르게 볼 것을 당부하는 아버지의 차분한 어조로 글이 되어있으니;

그러니 내용이 꽤 가벼운 게 사실이다.
그게 단점이랄 건 아닌데 내가 생각했던 글이 아니다보니 독서경험이 아주 긍정적이기만은 어려웠다.

과연 저런 제목을 출판사에서 붙였을 때는 아주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어서
마르크스 경제학의 기본 개념을 간단하게 설명하는 내용인데
생산이라는 하부 구조를 강조하는 내용이라던가
시장과 시장경제의 대별, 이윤을 동력으로 하는 자본주의 경제의 설명 등이 그러하다.
그런데 다시 말하지만 굳이 이 책이어야 할 이유가 개인적으로는 좀 느껴지지 않았다.
이미 다른 개설서 등으로 대강은 알고 있었던 내용이고...
어리게 잡으면 초등학생이 읽어도 될 내용을 지금 와서 읽으려니 페이지도 잘 안넘어가고...

재미있었던 건 부채를 통한 신용의 사이클이 '미래'에서 가치를 떼어오는 것이라는 표현과
실업 문제를 바라보는 저자의 설명이었는데
하나의 상품이 팔리지 않는다면 그 시장의 가격 균형에 맞도록 가격을 낮추다 보면 수요층이 생길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노동력 상품에서는 그것이 가능하지 않고, 그러므로 사회적인 성격을 가질 수 있다는 내용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실업은 자기 노동력의 가치를 과대평가하는 개인의 문제라고만 할 수 없는 것인데
왜냐하면 예를 들어 집은 살고, 음식은 먹는다는 쓸모가 있으나 노동력 그 자체에는 아무런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이윤을 위한 상품 생산의 수단으로서만 기능하기 때문에.
오히려 노동력의 가격이 하락함이 경제 침체의 신호로 기업가들에게 받아들여지면 도리어 사업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결말이 나기도 한다고.

굳이 나누어 본다면 저자는 속류 마르크스주의자에 가까운 사람이지 싶었던 것이
국가의 역할을 굉장히 강조한다. 시장이 실패하는 지점은 필연적으로 발생하고, 이것을 국가가 나서서
조정해야 된다는 입장이 꽤나 자주 반복되고 있다. 소련의 경험이 이런 입장을 제법 막고 있다고도 난 생각했는데,
내가 이 사람의 생각을 짧은 책 하나 가지고 알 수야 없겠지만 일종의 사민주의자인가? 뭐 각자 입장은 있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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