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3일 토요일

김충식, 남산의 부장들

이 책은 여기, 독갤에서 보고, 알고, 읽게 된 책이야.
누군가가 자기 책장샷을 올렸고, 거기에 이 책이 있었고, 아마 한경님이 이 책에 대한 코멘트를 간단히 하셨어.
내가 한국현대사에 아주 큰 관심이 있는 건 아니지만, 중앙정보부 비사라는 게 흥미를 자극했지.
제법 두터운 책인데, 내용이 어려울 건 전혀 없고, 오히려 소설식으로 술술 읽히는 책이었어.
아마 신문에 연재했던 내용을 묶어서 나왔던 책을 12년에 개정해서 출간한 모양이야.
대충 찾아보니 나름대로 고전적인 지위를 부여받은 저작이라는 모양인데.

다 읽고 나서 느낀 점은 사실 한마디로 말하면 "더럽고 치사하다"야.
세상에 그 뒷공작에 뒷공작들이 더럽고도 더럽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지경인데
그 쓰레기더미 위에서 왕관을 쓰고 있던 게 박정희였던 말인가? 하는...
박정희가 독재자고 박정희 18년이 군부독재였다는 건 상식선이지만
그게 이런 식으로 지탱되었다는 세부를 엿보게 되는 건 또 신선한 충격이었네.
새삼스레 이 땅에 뿌리내린 민주주의가 참 자랑스러운 거였구나 하게 되더라고.
저런 막강한 힘을 저렇게 치졸하게 사용하던 인물들과 집단이 군림했는데도
거기에 맞서 싸우고, 이겼던 사람들이 있었구나, 하게 돼서.

요즘 느끼는 건데, '역사'라는 게 참 오묘해.
역사란 꼭 책에 기록된 거창한 일들만은 아니거든.
모든 역사는 누군가에겐 동시에 일상이었을 테니까.

여기 쓰여 있는 일들은 물론 당시에는 정부의 고위층만이 접할 수 있는 정보들이고
그런 사람들이 하는 일들이었겠지만, 여기서 서술하는 폭력들이 얼마나 낙수되었을지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
어쨌든 나 어릴때까지만 해도 당장 군에서 의문사 사건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학교에서 선생들이 학생들 빠따질하고 귀싸대기 올리고 그런 일들이 아직도 채 없어지지 않았었거든.
당장 논산훈련소 인분 사건도 고작 2005년 일이니. 시대의 그림자가 길지.

뭐 박정희 시대가, 중정이 그런 폭력적인 시대의 모든 책임을 안았다고는 생각 못하지.
당장 이 책 1장에도 중정에는 일제 앞잡이 고문기술자 같은 이들도 모여들었다는 내용이 있었으니.
그런 경향의 확대 재생산에 분명한 일익을 담당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
저자의 표현이 좋은데 그야말로 무뢰배들이 모여들어 온 양산박이나 다름없었다는 서술을 하고 있네.
여하간 꼴뚜기가 뛰니 망둥어도 뛴다고 대통령이 총칼을 기반으로 집권하고, 그 아래 수하들이 그 위세를 업고
뭐 예를 들어 남의 멀쩡한 기업 강탈해가고 그러던 때이니...
얼마나 억울한 사연들이 많았을지 하나만 보고도 열을 헤아리게 되는 거지.
이렇게까지 말하면 비약이겠지만 저 하층의 좆도 없는 소시민조차 군대 가서 몇개월만 있으면 아랫것들 줄빠따를 때리고
재수없으면 실수로 사람 죽이기도 하던 때였던 거 아냐.
그런 시대를 일상으로서 살았던 사람들은 여기 실린 이야기들이 경악스러움 보다는
그저 자기 인생의 한자락을 회상하게 해 주는 흥밋거리일 뿐일까? 문득 궁금하네.

여하간... 책의 구성은 기본적으로 중정의 역사를 훑는 거야.
김종필이 중정을 세우는 61년부터 박정희가 암살당하는 79년까지를 다루고 있는데
시간순으로 굵직한 사건들과 그 사건에 어떻게 중정이 연관되어 있는지를 대강 다루는 형식인데
특정 주제에 대해서는 아주 약간씩 서술의 시점이 옮겨가기도 하고.
윤필용 사건을 서술하면서 강창성과 하나회의 악연같은 걸 서술하면서
12.12 이야기를 살짝 곁들인다던지 그런 식이지.

중정은 시작부터 국내 정치에 관여하려는 뚜렷한 목적이 있던 것으로 서술되고 있어.
박정희의 혁명공약은 사회혼란이 사그라들면 권력을 민간으로 이양하겠다는 거였거든.
그런데 현실은 자기가 군복을 벗고 민간인이 돼서 그 권력을 받는... 자기가 자기한테 받는? 전개였지.
그 과정을 돕기 위해 온갖 공작을 벌이는 목적의 집단이 중정이었다는 내용이 나오네.
1대 중정부장 김종필이 공화당 창당을 위해서 주가조작을 감행한다던가...
ㅋㅋㅋㅋㅋㅋ 이게 도둑질이지 뭐야? 첫 단추부터 구린내가 풀풀 나는 거지.
중간중간 야당인 신민당의 국회의원들이 정권에 거슬리는 소리 하면 희한하게 감시가 붙고,
사고가 나고, 빨갱이로 몰고, 아예 정보부 요원들이 납치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뭐 여튼 책 내용을 따라가면서 설명하는 건 큰 의미가 없겠고...
읽으면서 느꼈던 점 몇 가지만 대강 말하자면

꽤나 경악하면서 읽었던 구절은 71년 대선에 쓰인 박정희 측 정치자금이 당시 국가예산의 10% 이상이었다는 내용이었어.
도둑질이라고 하면 이게 진짜지. 이런 대도가 어디 있어?
그 돈이 어디서 났을지 생각해보면 나는 혐오감이 느껴지는 거라.
박정희의 경제발전 신화는 내가 판단할 깜냥이 전혀 안되지만,
흐루쇼프가 [개인숭배와 그 결과에 대하여]에서 그런 말을 했다고 했지.
소련은 스탈린이 있어서 독소전쟁에서 이긴 게 아니고 스탈린이 있음에도 이긴 거라고.
글쎄...?
도둑질을 하면 박정희만 꼴랑 하고 말았겠어? 망둥어도 뛰어야 할 거 아냐.
실제로 책에 6대 중정부장 이후락이 후에 그런 말을 했다고도 나오고.
"떡을 만지다 보니 떡고물이 손에 묻는 건 막을 수가 없었다"고.

중정 5대 부장 김계원(이사람 작년에야 죽었더라; 명도 길지)때 정인숙이란 여성과 관련된 스캔들이 있었나봐.
그 여자를 보호해준다는 명목인지 일본 폭력단 계열 인물인 정건영이란 인간이
외환은행에서 돈을 당시 100억도 넘게 빌렸다는 내용이 있거든. 이게 나랏돈 아냐?
당시 경호실장 박종규와의 연으로 그렇게 됐다는데, 이것도 웃기지도 않는 일인 거야.
죄 도둑놈들이잖아.
'높으신 분들' 오입질 쉬쉬하는 데 그 인력과 재원들이 낭비되었다는 건데 참...
심지어 저 정건영이 빌린 돈으로 벌린 사업 때문에 외환은행에서 계속 이자 명목으로 돈이 새어나갔나봐.
그걸 막으려고 77년에 재무장관이 뭐 저당잡힌 사업을 인수해서 부도처리를 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혹여 암살당할까봐 그 인물은 일본쪽으로는 가지도 못했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삼스레 참 나라라는 게 내 생각만큼 쫀쫀하지 못하구나 싶더라.
어디 굴러다니는 폭력배 따위가 국가 요직에 앉은 인물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내용을 읽으려니까.
하기는 김형욱도 그렇게 비명에 갔다고 하니... 세상 새삼 참 무섭구나 싶기도 해.

얘기가 그렇게 되면 김대중 납치 사건도 참 대단하더라.
국가 기관에서 독재자에게 눈엣가시같은 인간이라고 냅다 납치해서
죽여버릴 궁리를 했었다는 게 참 ㅋㅋㅋㅋㅋㅋㅋ 그 무분별한 폭력의 강도가 말이지.

그게 6대 중정부장 이후락이 벌였던 일이라는데
중간에 이후락이 일본 대사관에서 일할 때 근처에서 즐겨찾던 초밥집의 초밥을
청와대까지 공수했다는 내용이 나오거든. 이것도 참 기가 차더라.
그렇게 똥꼬를 빨아대는 인간이나 빨라고 엉덩이를 대주는 인간이나.
내가 이런 내용까지 읽어야 되나? 싶어지더라고.

육영수 여사 피살 이후의 내용에서 박정희가 대단히 슬퍼하는 내용들이 나오거든.
그럴 수 있지. 개인으로서 슬픈 사건이었을 수 있어.
그러나 뭐 자신이 거사를 치루고 운영하느라 집안을, 특히 부인을 돌보지 못했음을 후회하는
서술이 있던데 음... 나는 왜 여기서 코웃음이 자꾸 나오는 걸까.
본인의 무리한 집권과 권력욕으로 인해 수백 수천의 사람들이 문자 그대로
고문실에서 육체적인 고통을 받았던 것을 모르지 않았을 것인데, 그것은 대의를 위한 어쩔 수 없는 희생이었단 걸까?
그렇다면 박정희 개인의 마음 속에 있는 그 대의란 과연 무엇이었을까?

책을 읽다보면 기본적으로는 중정의 역사를 다룬 책이라 박정희라는 인물이 전면에 등장하지는 않아.
그러나 어쨌든 박정희 정권을 뒷받침하는 버팀목이었으니 박정희 개인은 꼭 그림자처럼...
그보단 중정이 박정희의 그림자였겠고, 그 그림자의 이야기를 하려니
그림자의 주인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겠지만, 이따금씩 자기 존재를 드러낸단 말야.
10.2 항명 파동때 대노했다는 내용이라던가 등등 말이지. 국정을 뒤에서 조종하는 정보부의 이야기라
은근슬쩍 대한민국의 역사는 일종의 충성과잉이 빚어낸 비극들이 있었다는 식의 이야기도 있지만
어떤 사건, 어떤 폭력들은 박정희로부터 하달된 것이 분명해 보이는 사건들도 제법 되어 보이거든.

내가 받았던 인상은 이거야.
박정희는 자기가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혹은 칼을 손에서 놓기 아쉽기도 했을 테고.
내가 읽으면서 경악했던 내용이 있는데 유신을 선포하려고 준비하던 과정에서
미국의 닉슨 행정부나 일본의 대 중국 유화 정책이 유신 선포의 근거라는 걸 빼라는 압박을 받고
"뼈 없는 어묵"(심지어 이것도 일본어로 읊조렸다고)이라고 혼잣말했다는 내용이 있는데
당시에는 북한과의 체제경쟁이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 보다 더 살결에 와닿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어.
그런 상황에서 대단히 의존하고 있는 우방국 둘이 중공과 데탕트 무드를 연출하니 이게 불안으로 작용하고,
불안한 사회는 혼란으로 이어지고 혼란한 사회는 북한에게 잡기 쉬운 덜미가 되니
철권을 휘둘러야만 한다는 판단이 유신으로 이어졌다는 게 나름의 논리였던가 봐.

물론 책에서는 그런 해석도 있어. 이후락이 비밀리에 북한을 방문한 후
외부의 위협을 근거로 해서 일인독재 체제를 구축한 것이 꽤나 구미에 당겼을 수 있다는 거야.

허나 어찌되었건, 간간히 등장하는 박정희는 마치 자기가 아니면 안 된다는 듯한 태도를 보여준다고
나는 읽었는데, 이게 참... 모르겠어. 전여옥이 박근혜를 평하길 뭐 대통령이 가업이라는 식이었다는 말도 있었지만
정말 한 나라를 그렇게 철권으로 다스리는 게 자기 사명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 과연...
민주화된 사회에서 사는 내 눈으로 읽게 되었기 때문에 더 그게 불가해하고 불쾌할 수 있을 테지만...
정말 이 인간은 자신이 말하자면... 악한? 독재를 한다는 의식이 없거나,
혹은 이것은 필요악이다. 내가 악역을 짊어진다라는 의식을 가지고 국정에 임했던 건가?

조금 맥락은 다르지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그건 '박정희'가 할 수 있는 사명이요 임무가 아니라
그 자리에 오른 인간이 박정희였을 뿐이고, 그렇게 흘러간 18년을 대한민국 국민들은 역사로서
부여받아 버렸기 때문에, 기정사실로서 이해해야만 하기 때문에 그런 후광들이 나오는 것 같거든.
그러나 그 당시를 소위 일상으로써 살았던 인간, 개인 박정희가 본인을 그런 상으로 그리고 있었다면
그것은 글쎄... 나로선 참 마음 한구석에 탄식이 흐를 수밖에 없더라고. 그 자리에 미련을 버리질 못하고
심지어 2인자를 키울 생각도 제대로 하지 않아서 그런 개억지까지 부려갖고 3선개헌 후에 유신까지 하고,
전두환을 키운 것도 결국 박정희였던 걸 생각하면 말야.

뭐 일각에서는 전두환을 우상시하려는 사람들도 돋아나고 있는 모양이지만
이 인물은 그야말로 기회주의자의 전형이라고 생각하거든.
실제로 책의 서두에서부터 5.16을 성공시킨 큰 공이 육사 생도들의 쿠데타 지지 시위였는데
이걸 기획한 자가 전두환이라고 나오고 있네.
읽다보면 우스운 게 전두환을 키운 게 박정희였던 것 같더라고.
박정희는 존중하지만 전두환은 독재의 마수다! 라는 이분법이 통하는 게 아닌 것 같아.
책을 읽어보면 뭐 그렇다고 박정희가 전두환 대머리가 반짝반짝 예뻐서 키워줬겠어?
그게 아니고 집권을 하고 권력을 유지하려다 보니 자기는 왕인데, 신하들이 기어오르는 걸 좀 막아야겠던 거라.
당장 김종필이 두고두고 샌드백처럼 두들겨 맞듯 살았더라고. 견제에 견제를 어찌나 당하던지.
나는 어릴적 이미 3김이니 뭐니 거물 정치인 김종필만 봐서 정작 박정희 아래서는
그렇게 견제만 당하면서 시달렸는지는 생각도 못했어. 여하간...
육사 5기를 8기로 막고, 8기를 전두환이 속한 11기로 막는 식의 형국이었더라고.
나중 가서 전두환 집권시에는 17기의 불만을 기반으로 전두환 노태우가 집권했던 거였더구만.
그러니 결국 박정희의 그 권력중독 덕에 군부독재가 8년은 더 이어진 거잖아.
그런 쿠데타 행렬을 보고 "한국에는 대령 계급을 없애면 쿠데타가 사라질 거다"라고 한 미국인이 평했다는데
우습고도 쪽팔리는 일이지 싶네.

위에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지만, 박종규나 차지철같은 사람들이 딱 그짝이야.
박종규같은 경우는 고작 중사였던 인간이 줄을 잘 서서 그야말로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중정의 역사에서
가장 서슬이 퍼랬다던 김형욱하고도 으르렁대던 사이라고 나오던데, 이 천박한 인간이 뭘 알면 얼마나 알고
뭘 하면 얼마나 알았겠어? 이런 무뢰배들이 떵떵거리던 시대였구나... 하는 착잡함이 난 많이 들더라.

예전에 들었던 한국 현대사 수업에서 교수님이 그런 말을 했거든.
대한민국의 역사는 기회주의의 역사라고. 친일행적이 다만 보여주기 형식으로조차 제대로 청산되지 못하고
오히려 친일하면 3대가 흥하고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돌 정도로
친일하던 인간들이 떵떵거리면서 사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던 우리나라 사람들의 역사적 경험,
그 집단적 뇌리 한 구석에 '기회주의적으로 살아야 하는구나'가 각인된 거라고.
그런데 그게 꼭 일제강점기나 이승만 시대만의 이야기가 아닌 거야.
고스란히 그런 천박한 인간들의 집권과 그 아래에서 기회주의적으로 살아갔던 인물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서 상세히 드러나고 있거든. 당장 지금 이름을 날리는 김기춘은 유신 헌법의 초안을 도맡았던 인물이더라.

진짜 어이가 없었던 건, 이게 신문 연재본이나 원판과 비교해서 어떤 추가가 이루어졌는 지는 내가 모르겠지만
여기 박근혜와 최태민의 관계에 대해 서술한 내용이 살짝 있더라고.
원판에도 있던 내용이라 치면 당장 90년대 초에도 기자가 열심히 취재하면 알 수 있었던 커넥션이었다는 거잖아.
아무래도 현재와 연관된 내용이다보니 잠깐 지나치는 내용이지만 너무 화가 나더라.
그러고도 일각에 어떤 인물들을 최순실을 몰랐다느니 하고 있었단 말이지...; 음...

김재규는 근자에 대단히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사람이지. 뭐 그 재평가라는 게 주갤같은 데서
오오 재규어의 앞발터ㅂ 같은 형태로 되고 있기는 하지만 말야.
의외로 이 책에서 김재규의 비중은 대단히 적어. 중정의 역사를 서술하는 게 주인 책이고,
중정 8대 부장으로서 김재규는 그다지 한 일이 많아 보이지 않더라고.
이미 박정희가 노쇠하여 판단력이 티미해졌는지 차지철 딸랑이 소리나 듣고 있었다는 식이다 보니
그에 밀려서 힘도 수완도 좀 부족한 중정부장이었다는 식으로 서술되더라고.
언젠가 김재규를 예찬하는 글에서 그의 임기시에는 중정에서 간첩조작사건도 없었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는데
이는 김재규가 좀 의젓한 선비 기질이 있는 인물이어서일수도 있지만 그럴 깜냥도 안되는 조직의 장이었던 건 혹시
아닐까 하는 생각도 문득 들더라.
여하간 저자는 10.26을 차지철과의 충성경쟁에서 밀린 후 고작 대위밖에 안되었던 인간이 자기를 하대하자
홧김에 그를 쏘고, 동석하게 된 박정희까지 쏘아 죽였다는 식으로 설명하는 것 같아.
그럴 수 있지.

그렇지만 김재규가 없었다면, 부마항쟁때 "내가 직접 발포명령을 하지"라 했던 박정희라는데
광주로 인해 전두환이 8년을 해먹었다면 박정희가 부마를 찍어누르면 유신은 더 지속될 수도 있었던 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 김재규에 대한 평가를 박하게만 할 수는 없는지도 모르지.
자지털이가 캄보디아 300만을 운운했다잖아.
더하여 김재규가 3선개헌을 지지해달라는 부탁으로 깍듯이 어르신으로 모시던 원로 정구영을 대하는 태도라던지를 보면
자기 나름의 원칙은 있었던 사람이었던 걸까? 싶기도 해.

대강 인상에 남는 내용은 이정도인 듯 하네.
아무래도 국회 내부의 정치적인 사건들에 대한 내용들이 뇌리에 많이 남지는 않아.
흥미롭지 않거나, 중요하지 않다는 건 전혀 아니지만. 내게 좀 더 살결에 와닿는 느낌이 없어서일까?

사실 굉장히 두꺼운 책이고
그런 만큼 여러 사람들의 이름이 종횡무진 등장하는 책이라
구체적인 역사의 생생함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책이라는 인상이었는데
이걸 가지고 후기를 대강 끄적여 보려니까 좀 두루뭉술~한 인상만 서술하는 글이 된 것 같네.
여튼 좋은 책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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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케빈 브룩스, 벙커 다이어리

  얼마 전에 독갤에서 누군가 추천을 하길래 흥미롭겠다고 생각해서 샀고, 읽었다. 기대보다는 평이했다. 어쨌든 추천사가 '좋다', '암울하다', '충격적이다' 정도의 추상적인 형용사여서야 가끔은 속았다는 감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