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6일 토요일

요즘 읽은 책들 / 일본어 공부

오랜만이야, 거진 세달만에 글쓰네;
그동안도 책을 안읽은건 아닌데 좋은 일은 꾸준히 하기 힘드노니... 막상 글을 쓰기가 귀찮아서 놓았더니 한동안 글을 못썼네.
더하여 요즘은 독서보다는 일어공부를 좀 열심히 하고있어서 이걸 가지고 뭘 쓰는 게 우습기도 하더라고.... 등등 하여 격조했어.
오늘 그럴 기분이 든 참에 뭉텅이로 글한번 써보려고 ㅋ

도련님의 시대 - 다니구치 지로 / 세키카와 나쓰오
이 책은 몇년전 시사인 별책부록에서 굽시니스트가 추천했던 책인데
이번에 사서 읽게 되었어. 일본의 근대화가 이루어진 메이지 천황기를 배경으로 해서
당대의 대표적인 지식인 몇 명을 주인공으로 하여 서로 얽혀들어가는 모습을 당대적인 호흡으로 그려낸 만화야.
주인공은 나쓰메 소세키, 모리 오가이, 이시카와 다쿠보쿠, 고토쿠 슈스이 정도일까? 조선 청년 안중근도 등장한다;

역사라는 걸 우리는 정형적으로 생각하지만 이게 지나고 나서 보면 그렇지 당장 그 흐름 속에 있을 때는 뭐가 뭔지 알수 없거든.
나는 나이를 먹고서 노무현 대통령 때는 이랬다느니 저랬다느니 하는 글들을 인터넷에서 읽고 (그게 벌써 10년도 더 전이니까)
아 이런게 역사구나 하고 새삼 느꼈던 적이 있어. 동시대를 기억하지 못하는 성인들(지금의 20대 초반?)이 있으니, 그런 설명이 가능하고
그런 설명에 뭐 낭만화도 섞이고 조작도 섞이고 그럴 수 있는 거겠지.
아니면... 나무위키 <다크 나이트> 항목을 보니 뭐 조커라는 캐릭터가 그 당시에는 대단한 충격이었다느니 적혀 있는데
10년이나 지난 영화니 그게 그렇게 쓰이는구나 싶으면서도 뭔가 우스운 거야 나는. 그게 '그렇게 충격'은 아니었거든 ㅋㅋㅋ

하여 내가 하고싶었던 말은 저 '근대화'의 과정이 꽤나 희한하고 흥미로운 사건이라는 얘기야.
만일 서양의 충격이 없었다면 일본은 그때까지처럼 그렇게 흘러갔겠지. 뭐 한중일 포함해서 세계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고.
실제로 그래서 지금도 전근대적인 체제를 유지하는 나라들도 있는 거잖아. 새삼스럽지만 근대화라는 게 꽤 부자연스러운 과정이었겠고,
그 충격을 세대의 완충 없이 몸소 받아내야 했던 첫 세대의 인물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반응을 보이며 살아갔는지,
소위 치열하게 고민했는지를 읽어내는 건 그 자체로도 즐거운 일이고, 뭐... 우리의 뿌리를 찾아본다는 느낌도 없지는 않지.
대한민국을 사는 우리에게 대입해봐도, 지금 여기의 '우리'의 뿌리는 고조선에도, 가깝게는 조선에도 거의 없다고 나는 생각하거든.
저 근대화 과정 속에서 몸부림쳤던 인물들이 직계 조상인 거지, 혈연의 가까움 뿐의 이야기가 아니고 그들이 빚어낸 체계가
직접적으로 우리에게 맞닿아 있으니까... 의미 부여를 하자면, 내 생각은 그래.

나쓰메 소세키는 서양과 근대화의 충격 속에서 조금 갈팡질팡하던 사람으로 그려져.
영국 유학까지 다녀왔지만 영국과 서양 문명을 지독히 혐오했다는 모양이지? 실제로 'Literature'를 배우고 어딘가 속은 기분이었다는 감상을 남긴 양반이니까;
그럼에도 (시대가 그를 떠밀기 때문에?) 서양 문명을 배워야 하고 좇아야 하고 일본으로 귀국해서도 그걸 가르쳐야 하는 마당이니
그게 신경쇠약과 위장병으로 나타났고, 이를 달래기 위한 나름의 치유책이 소설 쓰기였다는 식으로 그려져.
소세키가 나름의 맛을 지닌 인물이라면 자기 자리를 알지 못하는 이런 갈팡질팡하는 면 때문이려나?

모리 오가이는 신과 구의 갈등 속에서 (자기 나름의 깊은 고민 끝에?) 체제와 전통을 택하는 유형의 인물로 그려져.
이걸 나타내는 주요한 계재가 [무희]의 모델이 되었다는 독일 여성과의 인연인데
글쎄? 내가 이 사람의 이름 빼고는 아닌 게 거의 없어서 그럴테지만 조금 자기정당화에 불과한 인물이지 않나? 싶어져서,
작가들이 근대화의 물결 속에는 이런 유형도 있었다...는 식의 제시가 아니었을지 싶어지기는 해.

이시카와 다쿠보쿠는 [나를 사랑하는 노래]의 한 구절이 참 절절하다고 생각했던 시인인데, 인용하자면

한 줌의 흙에 침을 흘려 빚어 본
어머니 얼굴 우는 모습만 같아
마음 아파하노라

장난하듯이 엄마를 업어 보니
너무 가벼워 참을 수 없는 눈물
세 걸음 걷지 못해

절절하지? 여튼 가난으로 고생하다가 요절했다는 사실 정도를 제외하면 사실 아는 바는 거의 없는 사람이거든.
그런데 이 사람은 대단히 낭비벽이 심하고 가난을 자처하는 인간형이었더라고.
이걸 간단히 말하면 한심한 인간이겠지만, 작가들은 이 또한 근대화의 혼란 속에서 자신의 행동원칙을
세우지 못해 방황하던 하나의 인물형으로 해석하고 있어. 재미있는 시각이라고 생각해.

고토쿠 슈스이는 그 인물의 삶이나 됨됨이보다도 그가 연루되어 사형까지 언도받은 역모 사건의 충격에 조금 더
비중이 있다는 느낌이었어. 근대 일본 제국의 경도된 무자비함은 이 사건을 효시로 하여 그 뒤로도 이어진다는 느낌?
역모 사건의 전모는 대강 말하면 천황을 암살하려는 모의를 꾸민 네 명의 젊은이가 적발되었는데, 여기에 조금이라도 이들과 접촉했던 사람들이나,
소위 '주의자'들을 억지로 옭아매서 극형을 내렸다는 내용이거든. 체제를 수호한다는 미명 하에 '분열세력'을 어거지를 써가면서 말소시키려는 체제의 모습이
뭔가 데자뷰가 있지?

일본에서 만들어진 작품인데 4권의 내용은 천황제를 좀 삐딱하게 보는 시각이지 않나 싶거든.
일본인들은 천황의 ㅊ자도 공석에서 못꺼낸다느니 하던 얘기를 많이 들어서 조금 놀라웠기도 해.
천황제와 그걸 빌미로 온갖 개짓거리 다했던 일제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그러고보면 제법 있었나 보구나, 싶어서?
심지어 안중근 의사가 꽤 긍정적인 모습으로 나올 정도니; 잠깐 지나쳐가는 모습이기는 하지만.


실종일기 - 아즈마 히데오
지은이는 일본에서 나름대로 인기를 구가하던 만화가였는데 그럭저럭 한물 간 시점에서 대뜸 우울증이 도져서 하던 일을 전부 팽개치고
노숙자 생활을 하게 돼. 노숙을 두번, 알콜병동 입원을 한번 했다는데 그런 모습을 그려낸 자전적(?) 만화야.
노숙자의 일기 만화라는 게 꽤 신선하잖아? 소재면에서 한번쯤 읽어봄직한 물건이라는 생각을 할만한 거지.

너무 우울한 얘기를 하면 별로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작가는 너무 심각한 얘기는 빼고 조금 우스꽝스럽게 그려냈다고 하는데
이게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지. 좋은 건 뭐... 이렇게 삶이 바닥에 바닥까지 가도 삶은 아름답구나! 싶은 느낌이 좀 묻어나서,
그런 희망찬 모습에 빙그레 하게 되는 거고 나쁜 점은 여하간 찌들고 어두운 삶의 모습인데 그걸 조금 더 객관적으로 그려줬다면 싶은
바람이 없지는 않은 부분이지.

개인적으로는 우울증과 의존증에 관련한 작가 개인적인 체험의 내용들에 아 저런 기분은 나도 느껴본 적 있는데 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흥미롭고, 조금 이해받는 느낌이 들기도 하더라. 이런 식으로 힘든 게 나뿐은 아니었구나, 하는 느낌?
훨씬 심하게 앓고, 훨씬 심한 꼴을 당하면서도 저렇게 살아서 자기 얘기를 풀어내는 사람도 있구나, 싶어서.


공각기동대 - 시로 마사무네
유명한 책이지. 영화판이 개봉하면서 책이 새로 나왔는데 그때 샀던 걸 이번에야 읽었네.
별로 감상을 적을만한 게 많지는 않아. 인간의 정체성이 기억을 기반으로 한다는 내용은 로크 때부터 있었던 얘기고,
그게 기술력의 발달로 조작 가능해진 세계를 그리는 것도 제법 에전 얘기인 걸로 알고.
뭐 극장판이 나왔을 때 <블레이드 러너>에 답을 보냈다!느니 난리였다면서 ㅋㅋㅋ
즉 뭐가 새롭고 뭐가 진부한지 별로 알지 못하니 작품 자체에 할말이 적은 거지 ㅋㅋ

그런데 1권 후기란에 그런 내용이 있더라고. 사이버펑크면 꼭 세기말적인 권태를 그려야 되는 게 자기는 조금 불만이었다고?
그 말은 좀 와닿더라고. 내가 사이버펑크 장르를 많이 봐서 공감을 했다는 건 아닌데,
당장 극장판부터가 '그런' 작품이잖아. 개인적으로 좋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극장판은 좀 겉멋이 많이 들었다고 생각해왔던 차인데
그에 대한 비판(?)이 원작에서부터 있었다는 게 되게 아이러니하지 않아? 오시이 마모루 센세?;

1.5권은 쿠사나기가 없는 9과의 일상인데 이것도 소소하니 재미있더라고.

그리고는 2권을 보니 융합 이후의 쿠사나기의 행적을 그린 내용인데
글쎄; 내가 제대로 내용을 이해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이거 유년기의 끝 냄새가...;
나는 저 소설 되게 별로라고 생각하거든.
뭔 영능국이니 하는 오컬트 테이스트를 가미한 것도 장난같고...
2권을 읽고 나니 1,1.5권이 뭐가 좋았는지 조금 보이더라.
사이버펑크적 세계관 설정도 좋지만 거기에 수사물, 탐정물스러운 전개도 흥미로운 거였더라고.
그걸 벗겨놓으니 설정놀음같고 괴상한 전개가 되는 것 같고.
작가의 해박한 지식과 그 설명을 읽는 재미? 찬탄?도 있긴 했지만 말야.
그리고 2권에선 뭐 그렇게 여체를 벗겨놓는지; 어차피 야한걸 볼거면 유포른 가지 내가 공각기동대2를 읽을 이유는 없는데.


만화로 읽는 성의 역사
성의 역사를 만화로 읽으면... 제법 시각적인 설명들이 있을 거란 말이지...
미리보기로 몇쪽 읽고 구매결정한 책이야.
내용은 아주 재미있고 말초신경을 자극하고 그러진 않아. 당연하지만;
빅토리아 여왕이 섹스를 대단히 좋아했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소돔 120일 - D.A.F 사드
독갤 공식 추천 소설!
떨리는 마음으로 드디어 손에 잡고 읽었던 책인데...
어차피 읽는다는 게 꾸역꾸역 읽으면 그만인 거라 악명만큼 괴롭지는 않았는데
좀 지루하고 단조로운 소설이었다는 감상이 드네.
거진 200년 넘게 옛날 소설인데도 지금도 충격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내용이나 묘사가 있어서
그거는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기는 했다. 쥐...라던지.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김정선
책의 구성이 반으로 나뉘어 있거든?
몇 페이지 안되는 챕터가 계속 끊어지면서
문장 다듬기 / 소설 / 문장 다듬기 / 소설....
식으로 구성이 되어 있어. 기능적으로만 생각하면 저 문장 다듬기 부분만 간추려 읽어야 할 책인 셈이고
소설 부분이 흥미롭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이 책이 제법 훌륭한 책이고, 구성이겠지.
그 취지도 그럭저럭 이해함직은 해. 무미건조한 지침서보다는 나름의 흐름을 부여하고 싶다는 저자의 욕심이겠지.
그런데 나한테는 저 소설이 좀 많이 사족같고, 그닥 공감도 안되는 내용이었던 것이라...;
문장 다듬기 지침 파트는 제법 맘에 들었어. 적의를 보이는 것들이라던지 ㅋㅋ
좋은 책인데, 반쪽만 좋고, 사보기엔 좀 아까웠다는 느낌?


일본어 공부
신뢰의 후지이 아사리 센세의 책들을 전부 사서 보았거든.
뭐 두말할 필요도 없지. 정말 좋은 구성의 책들이야.
내가 조금 수집벽이 있다보니 그래서 무따기 일본어 책들을 좀 모으게 됐는데

김웅권 저자의 회화 편은 좀 지뢰였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어학 책은 어차피 습득이 목표이니
아무리 좋은 책도 일종의 사다리같은 역할이 되고 나쁜 책도 그런 의미에서는 건질게 하나 없지는 않으니까
너무 뭐라고 하지 않고 싶은데 저 책은 구성도 내용도 성의가 너무 없어.
그야말로 읽어 치웠는데 저 책은 누가 읽는다면 좀 말리고 싶다;

이미 절판돼서 누가 구하려고도 안하겠지만 저 김지룡 씨의 책도 좀 비추.
김지룡은 90년대 후반 / 2000년대 초반 쯤 해서 나름 특이한 이력으로 반짝 했던 사람인데
저사람 책은 딱 두권 읽었지만 아저씨 스멜이 너무 나;
당시에도 위화감 느껴지는 센스였다고 기억하는데 이번에 기왕 사둔거 읽어야지 하고 슥 읽는데도
어휴....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한국 사람도 '좃도 맛떼'는 알고 있단다;;;;
뭔 5단 활용 동사가 복잡하니까 왕짜증 동사라느니
센스도 구리고 이력이 독특할 뿐 딱히 교육 효과에 대한 고민이 있던 사람도 아니니
그런 사람이 쓴 책이 훌륭할 리가 없지 그러고 보면.

재미있는 건 이사람 요즘은 뭐하나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띠용?
수컷닷컴의 대표였다고 하네;;

여하간 일어 기초는 대강 떼고 나서 이제 좀 본격적으로 들어가려고
저기 15000보카 사서 보는데
일어가 참 한국어랑 닮은 데가 많은 것 같더라.
강점기에 오염된(?) 걸 수도 있기는 한데.
내가 예전에 글을 쓰면서 그냥 웃어넘기고 신경 안쓴다는 의미로 '일소에 부치다'란 표현이 머리에 떠올라서 쓰고는 뭔가 헷갈려서
국어사전을 뒤진 적이 있거든. 그런데 그런 표현은 없더라고. '일소하다'는 있을지언정.
희한하네.... 싶었던 기억이 있는데 저 책을 보다보니








(스포) 케빈 브룩스, 벙커 다이어리

  얼마 전에 독갤에서 누군가 추천을 하길래 흥미롭겠다고 생각해서 샀고, 읽었다. 기대보다는 평이했다. 어쨌든 추천사가 '좋다', '암울하다', '충격적이다' 정도의 추상적인 형용사여서야 가끔은 속았다는 감상...